바깥일기(칼럼)

헬로 코리아 프리미엄(외국인노동 2010 년 11월)

바깥 주인장 2010. 11. 8. 15:45

헬로 코리아 프리미엄

 

장동훈 신부

손님 오시는 날에 아버지는 왜 마당부터 쓸었을까요?

어머니는 왜 수건을 쓰고 밥을 지웠을까요?

우리에게는 왜 반가운 낯으로 인사를 시켰을까요?

나보다 먼저 남을 배려하는 나라, 어서오세요. 여기는 세계예의지국 코리아입니다. 5천만의 작은 실천이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듭니다.

 

이 멋들어진 글은 요즘 티브이를 켜면 귀 따갑게 듣는 G20 서울정상회의의 ‘공익’광고 카피이다. 뿐만 인가. 뭐 대기업 광고에 등장하는 서양화와 동양화의 애니메이션 인물들이 광화문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면 정말 ‘글로벌’한 대한민국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광고 말미의 문구는 또 얼마나 흥분되는가! “피부색이 달라도 능력으로 인정받는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G20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은 모르겠다. 국가브랜드가 상향조정되어 23조의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관심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이 G20을 88올림픽처럼 국운을 결정하는 중요 국가행사로 홍보하려 진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은 그렇게 홍보하고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국격’은 낯 뜨거울 정도로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G20을 둘러싼 작금의 사태들을 들여다보면 88올림픽 때 도시정비사업을 명분으로 변두리로 사람들을 내몰고 조폭수준의 노점상 단속을 서슴지 않았던, 더 나아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거의 절멸위기로 내몰았던 국가라는 전체주의적 망령이 다시 되돌아온 듯하다. 다만 그 망령은 훈육적 독재에서 경제라는 맘몬으로 탈을 바꾸어 썼을 뿐이다. 총리실이 민간인을 사찰한 것도 모자라 한 술 더 떠서 명백한 범죄자를 G20을 안전하게 치러낸다는 명분으로 경찰청장에 앉히는 나라다. 그뿐인가.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3중 방호벽을 설치해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하게 하는 그들만의 ‘일박이일’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새마을운동’ 조끼를 착용한 한 무리의 노인들을 만났다. G20을 성공리에 치르자는 내용의 ‘시민질서의식 홍보’ 전단지를 나누어 주던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흡사 철지난 비디오를 되감아 보는 듯해 섬뜩했다. 분명 2010년 맞는데... 예의지국을 표방하고 질서 있는 모습으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자는 전단지 속의 ‘예의’는 안타깝게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삭제한 거세된 훈육적 예의이다.

G20을 안전하게 치러낸다는 목적으로 경찰력까지 동원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집중 단속에 많은 이들이 이미 누차 이러한 조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려 공장의 이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한 베트남 노동자는 11월 3일, 네 살배기 아이와 아내를 남겨둔 채 ‘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숨을 거두었다. G20의 화려한 광고로 도배된 언론은 이 무명의 죽음에 침묵했다. 그렇게 ‘코리아 프리미엄’은 피를 먹고 자란다. 무럭무럭.

 

G20을 비판하는 칼럼 옆에 보란 듯이 한 면을 가득채운 대기업의 G20 홍보 광고를 보고 있자니 우리의 모습 같아 슬퍼졌다. ‘자기분열’을 조장하는 사회. 예의를 이야기하되 진짜 예의를 지키면 도태되고 사람을 이야기하되 인권을 이야기해서는 경쟁력 없는 것으로 치부되며, 배려를 이야기하되 진짜 배려해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분열적 존재들’의 덩어리. 바로 코리아 프리미엄이다. 그것이 우리의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