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 말들을 높고 반짝이는 자리에 올려두었을까 2015년, 귀국 후 처음 다시 찾은 로마. 공항과 도심을 잇는 도로를 따라 촘촘히 늘어선 대형 광고판들을 무심히 바라보던 중이었습니다. ‘자비’(Misericordia)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갑니다. 제대로 본 것일까? ‘자비’와 같은 말이 다국적 대기업들이나 차지할 저 비싼 자리에 있을 리 없었습니다. 저만치 광고판이 다시 보입니다. 한 해 전 선포된 ‘자비의 특별 희년’을 기념해 로마를 방문하는 순례객들을 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매가리 없고, 말라비틀어진 저 말을 그가 아니라면 누가 저 높이, 저리도 반짝이는 곳에 올려둘 수 있단 말인가. 놀랍고도 낯선 체험이었습니다.‘광고판’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해 잊히지 않는 또 다..